혈세로 중간 유통 강화…농수축산물 가격 안정 실패

정부가 매년 농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는 가운데,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2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하며, 중간 유통업자들만 배불리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농수축산물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즉각 할인 지원 행사를 실시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08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지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으로 1200억 원을 추가하여 총 2280억 원에 달하는 지원을 결정했다. 이는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의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상황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물가지수가 2020년 기준으로 116.31에 도달했으나, 농수축산물 물가지수는 121.31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초과했다. 특히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박, 멜론, 복숭아 등 제철 과일 및 배추, 무, 시금치 등의 채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수박의 평균 가격은 2만9115원에 달해 평년 대비 약 38.5% 올랐고, 멜론 또한 개당 1만 원을 넘는 가격이 책정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 농수축산물의 유통 구조에 위치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할인 지원이 단기적인 소비 촉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결국 이런 구조에서는 유통업체들이 마진을 붙여 판매를 하게 되어 지원금이 중간 유통업체들에게 다시 흘러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6개 대형마트에 699억 원이 지원되어 전체 예산의 73%가 집중됐다”라며, 정부 지원이 대형마트에 국한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더욱 대규모로 할인 지원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며, 오는 17일부터 3주간 최대 2만 원의 농축산물 구매 할인 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할인 지원이 진정한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소비자와 농민이 두 사람의 입장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수입 농수산물 할당관세 제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정부는 급등한 농수산물의 수입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할당관세를 운영하고 있지만, 세수 감소는 연간 1조 원을 넘어서며 효과 역시 한정적이라는 분석이 있다. 기름, 가스 등 에너지 품목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농수축산물은 유통 단계에서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는 농수축산물 할인을 계속해서 추진하기보다는 유통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 비용을 줄이고 실질적 물가 안정을 위해 중간 유통업체들이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접적인 연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