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지속…해외 투자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서학개미'로 표현되는 한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하면서 원화의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원화 절하 요인의 80% 이상이 수출 성과와는 무관한 자본 유출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현상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은 17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동향을 분석하며, 경상수지의 흑자폭이 확대됨에도 실질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2015년 이후 이러한 통상적인 패턴이 뒤바뀌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외부문에서의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언급되었다.
첫째로,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순대외채무국에서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순대외자산은 약 9042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해외자산의 축적 주체가 공공부문에서 민간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보유액 중심에서 자산 축적이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5년에는 전체 대외자산 중 증권투자의 비율이 44.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로,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가계 순저축률의 상승도 중요한 요소로 지적되었다. 2000-2010년의 평균 경상수지 비율이 1.5%에서 2011-2025년 동안 4.3%로 확대되었고, 같은 기간동안 가계의 순저축률도 2.4%에서 6.1%로 증가하였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민간이 해외 자산으로의 이동을 더욱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경상수지와 환율 간의 관계를 상품 충격과 금융 충격으로 구분하였으며, 특히 민간의 해외 자산 주소 이동이 원화 절하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분석 결과, 2015년 이후 원화 절하를 동반한 자본 유출형 충격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외환시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민감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정책적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심도를 높이기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이를 통해 WGBI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통한 자본 유입의 기반을 확대하고, 투자자 저변을 다변화함으로써 환율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