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가 자본을 흡수하며 1조원 유입…시장에 미치는 영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500조원, 내년에는 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자본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AI 반도체 기업들은 '대체 불가능'한 독점력을 바탕으로 하여 급속한 이익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그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증시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특히, D램(DDR)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분야로 투자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주목받던 시기 동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AI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초과 수요를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이 구글을 초과할 것이라는 예상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의 특성상 고정비가 높은 대규모 투자가 이익 레버리지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과거 애플이 아이폰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였던 사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AI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에 대한 유동성은 퇴직연금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401K와 같은 시스템은 장기 투자와 함께 빅테크 기업의 주가를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으며, 한국에서도 퇴직연금 계좌의 주식 자산 비중이 커지면서 광범위한 증시 자본 이동이 확인되고 있다.
AI 반도체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또 다른 요인은 ETF의 활용이다. ETF는 여러 종목을 묶은 '주식 바구니'의 특성으로 인해 자금이 유입되면, 자산운용사가 해당 주식을 매수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ETF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들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D램 메모리와 낸드플래시와 같은 분야는 올해 이익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산업으로 여겨지며, 이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에서도 관련 ETF가 상장되며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통적으로 경기 순환적 제품으로 여겨셔 왔으나, AI 추론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메모리 공급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뉴욕 증시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인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가 신규 상장된 바 있으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약 절반에 달한다. DRAM ETF는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개별 종목에 선택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해 주며, 상장 약 2주 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었다.
또한, 국내 ETF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ETF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집중 투자하는 ETF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 주가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투자자들은 시장의 유동성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고정비가 크고 록인된 반도체 수요처가 높은 비용을 이유로 투자 속도를 늦춘다면 시장의 기대감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한 연구원은 AI가 거시경제의 유일한 성장 동력이 되는 상황 속에서, 대형 기술기업의 투자 기조 변화와 효율화의 역설, 수익화 지연이라는 복합적 리스크가 맞물릴 경우 현재의 호황이 급속히 수축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