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자회사 자진 상장폐지 열풍, 한국에도 유사 흐름 예상
일본에서 대기업들의 자회사가 자진 상장폐지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상장 유지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짐에 따라, 모회사들은 자회사를 완전히 재편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장 유지의 어려움과 모회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는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한 기업의 수는 59곳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곳이 증가한 것으로,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는 자회사의 잔여 지분을 매입한 후 상장폐지를 결정했으며, NEC와 이온도 유사한 경로를 따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 이유는 자회사가 모회사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복상장으로 인한 가치 할인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정부는 기업 거버넌스 개혁의 일환으로 증권시장을 대형주 중심의 프라임 시장, 중견기업 중심의 스탠더드 시장, 스타트업 중심의 그로스 시장으로 재편하고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해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기업은 기업가치를 제고할 방안을 공시해야 하며, 이러한 요구는 프라임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80%가 관련 계획을 제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장폐지의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용이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금리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공개매수에 따르는 부담이 적으며,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와 사모펀드(PEF)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런 저금리 환경은 자산 재편의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자발적인 상장폐지에 대한 사례가 적지만, 향후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밸류업 압박이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에 PBR이 낮은 기업이 적대적 M&A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PBR이 0.8배 미만인 기업의 경우 상속세 산정 기준을 PBR에 의거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최근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소액주주의 경영 참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대주주에게 상장폐지를 고려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경영 참여형 PEF 든 최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PEF들이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선택해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으려는 경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장폐지에 소요되는 자금의 확보는 여전히 챌린지로 남아 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 없이 자발적인 상장폐지에 성공하려면 충분한 프리미엄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기업도 많다. 최근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대주주 지분이 20~30%에 불과해 상장폐지 기준인 95% 지분 확보까지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밸류업을 목표로 한 입법 개정을 지속하고, 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면 고품질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서서히 재편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상황은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자발적인 상장폐지에 나서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