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27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을 결정했다. 이는 K조선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미국의 미군 함정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합병이 조선업 재편을 통해 수주 증가 및 방산 분야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병 결정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배 구매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다. 미국시장에서 K조선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신규 건조 수요도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HD현대는 울산의 두 조선소를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HD현대는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시장 확대와 다변화를 이루고,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도 자국 내 대형 조선사 간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합병을 통해 미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시장과 신규 건조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방산 분야에서의 사업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였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 해군의 주요 전투함을 설계하고 제작해 왔으며, 특히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같은 최신 군함 분야에 대한 기술력과 경험을 쌓아왔다. 중형 조선소인 HD현대미포의 생산 시설과 숙련된 인력을 결합함으로써 글로벌 군함 시장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놓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글로벌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약 3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병으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분야에서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또한 합병 이후에도 북극권 개발에 따른 쇄빙선 건조 등 신규 시장에서도 점유율를 높여 갈 방침이다.

이 명령적인 합병은 HD현대미포의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인 HD현대중공업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합병비율에 따라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가 배정된다.

합병 발표 이후 HD현대의 조선 계열사 주가는 장 초반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전일 한미정상회담 후 차익실현 매물로 큰 조정을 겪었던 HD현대미포 주가는 이날 14.59%, HD현대중공업 주가는 11.32% 상승하며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러한 주가는 합병 발표 이후 거래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부자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합병의 기대에 따라 HD현대 조선 계열사 외에도 관련 밸류체인 업종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해군 및 해경 함정 건조용 장비를 개발하는 엔케이는 가격제한폭인 30% 상승하였고, 선박 엔진을 공급하는 HD현대마린엔진 주가도 8.62% 상승했다. 이러한 흐름은 K조선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며, 한국 조선업계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