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글로벌 건강 분야에 큰 충격을 주는 발언을 했다. 그는 백신 동맹 Gavi의 후원을 중단하고, 그 근거로 2017년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DTP 백신(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예방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들이 접종받지 않은 어린이보다 사망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백신 전문가들은 이 연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7년 연구는 유수의 의학 저널인 eBioMedicine에 게재되었으며, 기니비사우에서 DTP 백신 접종을 받은 1,000명이 넘는 어린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자는 3~6개월의 유아가 DTP 백신 및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은 경우, 접종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6개월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5배 높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러한 결과는 DTP 백신이 다른 원인으로 아동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각종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첫째, 연구의 데이터는 1980년대 초반의 것으로 현재와는 적용 가능성이 적다. 기니비사우에서는 그 시점에 비해 아동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으며, 1984년에는 1,000명 중 244명이 5세 이전에 사망했던 반면, 2023년에는 69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당시 연구 결과가 현재 아동 건강에 대한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나타낸다.

둘째, 연구의 주요 저자들인 드라. 크리스틴 스태벨 벤과 드라. 피터 아비는 2022년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에서 DTP 백신이 아동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분석했으며, 이때는 DTP 백신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후속 연구 결과는 RFK 주니어가 인용한 연구의 신뢰성을 더욱 위축시킨다.

셋째, 연구 방법론 역시 이상적인 수준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연구가 무작위 대조군 시험(rct) 방식이 아닌 자연 발생적 관찰 방식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소득, 의료 접근성 등 여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했다. 아동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백신을 희망하는 부모들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복잡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넷째, 현재 사용되고 있는 DTP 백신은 과거에 사용되던 백신과 다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오늘날의 DTP 백신은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며, 따라서 1980年代의 백신이 초래할 수 있는 영향은 오늘날의 상황과 전혀 다르다.

RFK 주니어의 발언 이후 Gavi의 재정 지원이 중단되면 글로벌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Dr. 아툴 가완데는 이 결정이 다른 글로벌 건강 프로그램보다도 더 많은 사망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결정이 이뤄지면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따라서 RFK 주니어가 지목한 연구는 여러 가지 방법론적 문제와 시대적 맥락을 고려할 때, 그 주장의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현재의 의료 상황에 맞춰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 건강 결정이 탄탄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함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