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장기업 순이익, 일본을 18년 만에 초과…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
한국의 주요 상장기업들이 2023년 올해 예상 순이익이 약 71조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일본 토픽스(TOPIX) 구성 기업들의 예상 순이익인 70조엔을 초과하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한국 기업의 순이익이 일본을 넘어서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호황 덕분이다.
4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코스피 지수를 구성하는 상장기업들의 순이익 증가가 두드러진 가운데, 특히 삼성전자는 약 29조엔, SK하이닉스는 약 21조엔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순이익을 합치면 전체 한국 기업 예상 순이익의 약 70%를 차지하게 되어,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규 시장에서의 반도체 수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의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 이러한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이코스모증권의 사이토 가즈요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업체들이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향후에도 수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은 자동차 산업 중심의 성장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를 포함한 7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올해 예상 순이익이 4조8000억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무역 정책,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그리고 중동 정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일본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을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순이익 역전 현상은 단순히 실적이 바뀐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2000년대 일본 경제를 상징했던 자동차 산업 대신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 증시 시가총액의 1위인 도요타가 AI 투자 수혜 기대를 받는 소프트뱅크그룹에 자리를 내줄 만큼 IT 중심의 산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만, 일본 증시의 규모는 여전히 한국을 초과하고 있으며, 일본의 시가총액은 약 8조6000억 달러로, 한국의 5조 달러보다 상당히 크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일본이 약 17배인 반면, 한국은 약 9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상법 개정 움직임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책임투자 담당자는 일본이 자발적인 개선에 의존하는 반면 한국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외면을 지적하며,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9000포인트에서 1만2000포인트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