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 전격 부결
LG화학이 3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전면적으로 부결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팰리서가 제안한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 도입과 선임독립이사 제도 신설 등 여러 정관 변경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모든 안건이 특별결의 요건을 채우지 못하며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특히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안건은 찬성률이 약 23%에 그쳤으며, 이에 따라 팰리서 측의 주주제안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선임독립이사 선임’ 역시 찬성률이 약 17%에 머무르며 무산됐다. LG화학 측은 제안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법령과 도입 사례가 미미한 상황에서 회사 운영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사안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팰리서 측 제안이 이사회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반대 결정을 내렸다. LG화학이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유동화 계획을 발표한 만큼 추가적인 주주제안을 수용할 경우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팰리서는 LG화학의 저평가된 주가 원인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 이후 발생한 중복상장 문제를 지목하며, 이로 인해 회사가 순자산가치 대비 70% 이상 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유동화를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요구해왔다. 주주총회에서 제임스 스미스 팰리서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LG화학의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이후 동종 업종과 비교해 크게 부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총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LG화학의 변화를 일부 유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주총 전인 2월에 조화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여 대표이사와 의장 간의 역할 분리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국민연금도 이미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선임독립이사 안건에 반대했으며,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의장이 되는 구조를 지적했다.
이번 주총에서 LG화학 경영진은 안건 투표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향후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LG화학이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계획의 구체적인 이행 방식과 주주환원 및 성장 투자 간의 자본 배분 전략이 향후 투자자 신뢰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주총에서는 팰리서의 제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었으며,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독립이사 명칭 변경 등을 담은 정관 변경안이 승인되었다. 김동춘 LG화학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사내이사로 선출되었고,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