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가 급등으로 인한 불안감 확산
일본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유가 급등을 방어해왔으나, 최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인상하면서 소매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도쿄 시나가와구의 한 무인 주유소에서 퇴근길 주유를 위해 모인 차량들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날 해당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3엔(약 1703원)으로 고공 행진했으며, 이틀 전 가격은 153엔(약 1424원)으로, 두 날 사이 30엔(약 279원) 상승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급감하거나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휘발유를 주유한 한 40대 일본인은 "가격이 갑자기 오르니 당황스럽지만, 기름값은 변동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며 저렴한 곳에서 기름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더 오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대중교통 요금도 올라가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가 인상이 시장에 반영되는 데 약 2주가 소요될 것이라 전망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여파가 퍼지고 있다. 최대 정유사인 에네오스(ENEOS)는 12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출하분 도매가를 리터당 26엔(약 242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비싼 지방 지역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항만 접근성이 낮고 연료를 육로로 운송해야 하는 지역에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도호쿠 지방과 홋카이도에서는 가격 인상 전에 급히 주유하기 위한 차량들이 심야까지 줄을 이루었다고 한다.
도호쿠 지방의 한 지역 신문에서는 "11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주유소가 혼잡했다"는 보도를 했으며, 무인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체 또한 "연료 재고 부족으로 일부 점포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추가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원유 가공 업체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마루젠 석유화학과 스미토모화학은 지바현의 에틸렌 생산 설비 재가동 시기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원래 이 설비는 정기 수리 후 이달 말에 다시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원자재 나프타의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일정이 미뤄졌다. 이러한 원유 조달 문제로 인해 다른 시설들도 가동 시기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최근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엔(약 1582원)으로 억제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정부는 2800억엔(약 2조6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해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할 계획이다. 민간 비축 15일분을 즉시 방출하고, 이후 국가가 보유한 한 달 분량의 비축유도 방출할 예정이다.
현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와 소비자들의 반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가 급등은 생활비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어 점차 조심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