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AI 화보 공개로 논란…브랜드 정체성 훼손 지적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구찌가 밀라노 패션위크를 앞두고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화보를 공개하며 비판을 받고 있다. 구찌는 이번 화보에서 AI 기술을 활용하여 브랜드의 정체성과 장인정신을 실현하려 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AI를 사용한 것이 구찌가 내세운 '창의성과 이탈리아 장인정신'에 배치되며, 저품질의 AI 생성 이미지가 SNS에서 유행하는 'AI 슬롭'으로 통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구찌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개최될 쇼의 홍보를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AI로 제작됨(created with AI)'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는 "구찌 계정이 해킹당한 줄 알았다", "저렴하게 보인다", "맥락이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에서 한 이용자는 1976년 구찌 의상을 입은 노년 여성을 AI로 묘사한 이미지에 대해 "구찌가 실제 밀라노 할머니를 찾지 못했단 말인가, 암울한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왜 고급 패션 브랜드가 비용 절감 기술로 여겨지는 AI를 사용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비판은 구찌가 패션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구찌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이전에도 AI 생성 이미지를 포함한 비주얼 작업을 외주했다. 이러한 작업들은 경매를 통해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판매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모델이 런웨이를 걷는 모습이 담긴 AI 생성 영상도 공개한 바 있다. 발렌티노와 H&M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AI 도구를 활용한 광고 실험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패션연구소의 프리실라 챈 강사는 기업이 마케팅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있어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과거 혁신의 예와 같이 긍정적인 효과를 낳지 않을 위험이 있다"며, 특히 럭셔리 패션 브랜드는 최신 기술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반응이 부정적이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구찌가 '밀라노의 화려함'을 잘 담아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유명 사진작가인 타티 브루닝은 노드배치 등의 보정 작업이 창작 생태계를 침해하지 않으며, AI 활용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한 보정과 이미지 생성은 명확히 다르다"며 이번 캠페인이 럭셔리 브랜드의 본질을 논평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구찌의 AI 화보 논란은 기술이 패션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과 브랜드의 정체성 간의 경계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