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을 위한 '슈퍼베이비' 논란, 유전적 불평등 심화 우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생명과학 스타트업 오키드헬스가 제공하는 배아 유전체 검사 서비스가 과학적 발전을 넘어 윤리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체외수정(IVF) 과정에서 배아를 채취하여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고, 수천 가지 질병의 발병 위험을 평가하여 예비 부모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부모들은 조현병, 알츠하이머, 비만 등 다양한 질환의 유전적 소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오키드헬스의 창립자인 누르 시디키는 이 기술이 "질병이 없는 세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미래에는 자연임신과 유전 선택이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업적 접근은 '신(新)우생학'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결국 유전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오키드헬스는 공식적으로 지능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 고소득층 고객에게 비슷한 분석을 제공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대중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와 함께 일론 머스크의 아이를 낳은 전 뉴럴링크 임원 시본 질리스가 오키드헬스의 검사를 받았다는 보도로 인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리학자들은 이러한 기술이 건강을 위한 선택을 넘어 사회적 차별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MIT의 생명윤리 전문가 앨리슨 브룩스 교수는 "아이들이 선택받은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탠포드대의 스베틀라나 야첸코 교수는 소량의 세포로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은 높은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잘못된 유전자 선택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고비용의 IVF와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평균 IVF 비용은 약 2만 달러에 달하며, 오키드헬스의 검사 비용도 여기에 추가된다. 연소득 7만 5천 달러 이상의 가구의 난임 치료 이용률은 48%에 이르지만, 3만 달러 미만의 소득을 가진 가구는 그 비율이 19%에 불과하여 의료 접근성에서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계속되고 있으며, 오키드헬스는 지난해 말 12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유사 기업들도 억대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