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 페르민 축제에서 벌어진 동물권 시위, 이유는 무엇인가?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 중 하나인 '산 페르민(San Fermin)'이 6일(현지시간) 공식 개막을 알리며 9일간의 축제를 시작했다. 이 축제는 특히 '황소달리기(엔시에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팜플로나를 방문한다. 하지만 올해 축제의 시작과 함께 동물권 활동가들이 투우와 황소달리기 반대 시위를 벌이며 주목을 받았다.
5일, 산 페르민 개막을 앞두고 수십 명의 활동가들이 상의를 벗고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 물감을 칠하고, 머리에는 소뿔 장식을 착용하며 죽어가는 소들을 나타내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표명했다. 행사는 국제 동물권 단체인 페타와 이나마나투랄리스의 소속 회원들이 주도했으며, 그들은 인간의 오락을 위해 희생되는 소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취하고자 했다.
산 페르민 축제의 이는 매년 80개국 이상에서 약 100만 명의 참가자가 모이는 대규모 행사로, 팜플로나 시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흰색 의상에 붉은 띠를 두르고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추피나소' 행사에서는 폭죽이 발사되며 축제의 열기가 더욱 고조된다. 올해는 "자유로운 팔레스타인 만세"라는 구호가 축제의 개막 전 던져져 지역 정치적 사안도 함께 떠오르게 했다.
호세바 아시론 팜플로나 시장은 축제가 이루어지는 동안, 전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규모 학살의 현실을 인식할 것을 촉구했다. 이미 투우는 스페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스페인에서는 여전히 합법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시위는 동물권 운동가들과 전통을 사랑하는 축제 참여자들 간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투우 문화에 대한 시선도 더욱 신중하게 바라보게 하고 있다. 산 페르민 축제는 그동안 그 자체로 매력이 있었지만, 동시에 윤리적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처럼 스페인 팜플로나에서의 축제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문화와 동물 권리를 둘러싼 복합적인 논의의 장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이후의 축제 일정에도 이러한 시위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