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3000년 이상 인간과 함께 살아온 역사적 동물로 밝혀져
비둘기는 기원전 1400년경부터 인간과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반가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교 고고학연구소의 앤더슨 카터 연구 팀은 키프로스 청동기 시대 유적지 '할라 술탄 테케'에서 발견된 비둘기 뼈 183개의 분석 결과를 통해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고고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앤티쿼티'에 게재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비둘기는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온 동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성경과 그리스 신화에서도 등장할 만큼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비둘기의 가축화 시기는 기원전 3세기 그리스 헬레니즘 시대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분석 결과로 인해 비둘기의 가축화 시기가 1000년가량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비둘기 뼈 샘플을 통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비둘기를 관리하고 번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여러 유전적 신호를 발견했다. 비둘기 뼈 중 성체 비율이 82%에 달하며, 그 중 일부는 아직 자라지 않은 새끼 비둘기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적극적으로 기르거나 사육했음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직접 번식한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비둘기 유해의 질소·탄소 함량 분석을 실시했으며, 흥미롭게도 대부분 비둘기가 인간이 제공한 곡물이나 씨앗을 주로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둘기가 자연에서 먹이를 찾기보다는 인간의 손길로 주어진 먹이를 통해 생존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비둘기 뼈가 주로 도시 구역이 아닌 종교적 또는 제의적 공간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뼈들에는 불에 탄 흔적이 있었으며, 다른 동물 뼈나 화려한 식기류와 함께 발견되었다. 이는 비둘기가 단순한 식량 이상의 역할을 하여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의례 제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키프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출생지로, 아프로디테는 비둘기를 좋아하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에서 보았을 때, 비둘기는 단순한 동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비둘기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그 역사적 맥락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안겔로스 하지쿠미스 박사는 이 연구 결과가 비둘기의 가축화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평가하며, 비둘기의 글로벌한 존재가 모두 인간의 의도적인 번식 때문이라는 카터 연구원의 설명을 덧붙였다. 이들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비둘기와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오래된 것인지를 탐구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