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촉진하는 기업들, 상법 개정 앞두고 자발적 결정 나서

국내 상장사들이 이사들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임박함에 따라 자진 상장폐지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상법 개정 이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기업들은 규제 이전에 상장폐지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공개매수 단가를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시도한 기업은 신성통상, 비올, 텔코웨어, 한솔PNS 등 4곳에 달한다. 특히 비올은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의해 경영권이 인수되면서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는 오는 7일까지 진행되며, 나머지 64.09%의 지분은 주당 1만2500원으로 매입될 예정이다.
신성통상 또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자진 상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요 주주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9일까지 16.13%의 신성통상 지분을 주당 4100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한편, 텔코웨어와 한솔PNS는 공개매수 시도에서 목표치에 미달하는 결과를 보이며,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한 점이 눈에 띈다. 텔코웨어의 경우, 공개매수 기간 동안 응모 물량이 목표치의 41%에 불과한 96만4876주에 그쳤다.
상장사들이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상법 개정안의 통과가 있다. 시행 이후 이사의 책임이 더욱 심각하게 문제삼아질 수 있고, 외부 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 및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관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고자 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상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으며, 국민의힘도 반대 입장을 수정하고 다소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자진 상장폐지와 관련해 공개매수 단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엄수진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이를 원치 않는 소액주주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진 상장폐지 시 공개매수 단가를 관리하는 규제 필요성을 덧붙였다.
결국, 상장사들의 자발적 상장폐지가 급증하는 흐름 속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상법 규정의 시행이 기업들에게는 구속력 있는 변화를 가져올 전망인 만큼, 자진 상장폐지와 주주 보호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