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로 방어 강화"…유럽, 28년 만에 지뢰밭 복원 나선다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이 대인지뢰금지협약(MBT)에서 탈퇴하고 국경 지역에 다시 지뢰밭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국가 안전을 확보하고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를 지연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진다. 지뢰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보병 중심 작전에서 효과적인 방어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와 핀란드, 발트 3국인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MBT 탈퇴를 공식 발표하고, 이를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이며, 그 후 이들 국가는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에 대규모 지뢰밭을 구축할 예정이다.
MBT는 1997년에 체결된 국제 협약으로, 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생산을 금지하고 이미 존재하는 지뢰의 폐기도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165개국이 협약에 가입했지만, 주요 강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한국, 북한, 인도, 파키스탄 등의 분쟁 지역 국가들은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때 지뢰 철폐를 촉구해온 유럽 국가들은 이제 안전을 위한 조치로 지뢰 재설치를 강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인접국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들 국가는 조용한 숲에 수백만 개의 지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도이체벨레는 이 외에도 울타리와 장벽, 드론 방어 시스템, 참호, 감시 시스템 등을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뢰 재설치의 배경은 러시아군의 전략 변화에 있다. 현재 러시아군은 전쟁 장기화로 기갑부대와 중화기의 손실이 크고, 대규모 보병 작전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뢰는 보병 작전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어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전쟁 초기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대인지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자체 생산하거나 서방 국가로부터 지원받아 전선에 매설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군의 대규모 보병 투입에 따라 이들 보병의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러시아군 사망자는 102만8610명을 넘어, 하루 평균 107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막대한 수의 지뢰를 생산하여 전선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MBT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러시아가 대인지뢰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인명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와 같은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지뢰의 재활용과 더불어 전후 복구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지뢰 사용의 재등장은 국제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심각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