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엡스타인 의혹에 대한 주의 분산을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을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논란으로 곤경에 처하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며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는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으로 엡스타인 의혹을 일축하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름을 갑자기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발표를 근거로 삼으며 "이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가 반역 행위를 저질렀고 쿠데타를 시도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며, 이번 발언이 의회의 추적과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개버드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인사들이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정보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 패트릭 로덴부쉬는 이에 대한 반박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개버드 국장이 제기한 이 괴상한 의혹은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힘없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계속해서 "이런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덧붙이며, 공개된 자료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으나 투표 조작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약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방 상원의 초당적 위원회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17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2019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캠프가 러시아 측과 어떠한 조율이나 공모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로이터 통신은 분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을 자주 비판해왔으나, 이번처럼 범죄 혐의를 거론하며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접대 리스트'와 관련한 논란에 휘말리면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 그가 과거 엡스타인에게 외설적인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의 방어 전략과 정치적 입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