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과시한 통상압박, 한미 협상 성과는 미미하다
최근 한미 간의 무역 협상이 타결되었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이 협상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과 제조업 부활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하며,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은 대등한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트럼프는 '관세 드라마'를 연출하며, 각국을 자신이 설정한 각본에 맞춰 움직이게 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한 사례를 언급하며, "다른 나라들도 돈을 내면 관세를 낮출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주장했다. 이는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관세 15% 적용을 맞바꾸는 형태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일방적인 고율 관세 부과 후, 한국과 일본은 각각 25%, EU는 30%의 관세를 부과받은 상황이다.
트럼프의 전략은 상대국 간의 견제심리를 잘 활용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협상단과의 기념 촬영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트럼프가 각본을 쓴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한국 정부는 빠듯한 시한 속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협상 당시 새 정부의 출범이 최근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일본 및 EU와 같이 동일한 15% 관세율을 확보한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자화자찬에는 신중함이 부족해 보인다.
합의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유지돼온 무관세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동차 관세는 일본의 경우 2.5%에서 15%로 증가했지만, 한국은 0%에서 15%로 상승하여 이에 대한 상대적 우위가 사라졌다. 철강 분야에서도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이며, 트럼프는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별도의 품목 관세도 예고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에 대한 3500억 달러의 투자를 조건으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정부는 이 투자 대부분이 보증 형식이라는 점을 들어 실질적 부담은 크지 않다고 주장하나, 공식 합의문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모호하게 넘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일 수 있다.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직면해 있어, 협상결과에 대한 정부의 자축 발언은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법인세 인상 등의 제도 강화로 기업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협상 첫 관문 통과에 들떠 있는 정부의 태도는 미국발 통상 전쟁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시대의 경제 여건 속에서, 우리는 한미 간의 협상이 과연 장기적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협상이 지속적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