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간 벌기 위한 전략 모색
14일부터 15일 사이에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관계를 안정시키고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역, 기술, 대만, 이란 등 다양한 지정학적 긴장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빅딜’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당면한 과제에 대한 제한적인 합의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회동은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실제로 근본적인 합의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대신 양국 지도자들이 기대하는 선택지는 제한적인 합의로, 그 예로는 중국의 미국 시장 접근 유지와 미국으로 향하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를 안정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시진핑의 주된 목표는 미국의 관세와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부상을 저해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시진핑 정부는 시간을 벌어 자국의 자립적인 기술 개발과 군 현대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변화무쌍하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전까지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시할 수 있는 성과를 확보하려는 목표도 지니고 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의 의제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으며, 이는 미국이 이미 갖고 있는 관세 및 수출 통제와 관련된 영향력을 활용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제한적인 합의라도 이루어진다면 이를 승리로 간주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20년 ‘1단계 무역합의’와 유사하게, 중국이 미국의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약속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원자재 구매와 펜타닐 전구체 통제 문제, 그리고 미국 투자자에 대한 중국 시장 접근 개선에 대한 양보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은 필요할 경우 희토류 수출 통제도 완화할 수 있는 유연함을 보일 수 있다.
미중 무역을 관리하기 위한 ‘무역위원회’ 설계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 권한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민간 기업 간의 거래 대부분을 문제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술적 양보는 시진핑이 질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문제에서 후퇴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요구에 응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이 있을지라도 경제적 마찰은 양국의 상이한 정치와 경제 체제의 충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비교적 열린 시장과 제한된 국가 개입을 추구하는 반면, 시진핑은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강한 통제와 정책적 개입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심층적인 갈등은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정학적 갈등 또한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도달하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중동과의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대만과 일본 간의 갈등이 그 대상이 된다.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미국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베이징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태도 변화와 군 현대화 속도 저하 등의 조치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이란 문제에 대한 협조를 대가로 트럼프가 대만에 관한 발언을 완화하도록 요구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시진핑은 그 수준에서 충분한 승리를 전략적으로 거두고자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베이징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던 ‘트럼프 대응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간을 벌고 자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것이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유럽 등 전 세계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지를 다시 한번 반추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