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생생하다"…17세 소녀가 진단받은 '과잉기억증후군'
영국에 사는 17세 소녀가 자신의 과거 기억을 놀라운 정도로 생생하게 떠올리며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이라는 드문 질환으로 진단받았다. 이 증후군은 기억을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게 소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이 질환의 사례는 10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하다.
최근 영국의 기사에 따르면, TL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녀는 특정 날짜를 떠올리면 그 날의 날씨, 주변 풍경, 감정 등 모든 디테일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이 기억들은 단순히 떠올리는 것을 넘어 과거의 순간으로 회귀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그녀는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독특한 시스템인 '기억의 궁전'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TL에 따르면 자신의 기억은 천장이 낮은 큰 직사각형의 '하얀 방'에 담겨 있으며, 바인더를 통해 주제별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의 바인더에는 가족, 휴일, 친구 및 취미에 관한 기억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은 선명한 기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고통스럽거나 불쾌한 경험도 잊히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 파리 시테 대학교의 신경과 전문의 발렌티나 라 코르테는 이 증후군이 독특한 능력이지만, 기억이 갑작스럽게 떠오르거나 통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억의 강도는 슬픔이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들어 결국 불안이나 우울증, 강박적 사고와 같은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과잉기억증후군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특정 기억이 자주 떠오르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상담 치료나 스트레스 관리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TL 역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상상의 공간을 활용하여 특정 기억을 '보관'하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조절하고 있다.
한편, 2021년 호주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레베카 샤록도 거의 모든 경험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어머니의 뱃속에 있던 모습까지 기억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잉기억증후군과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
과잉기억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불확실하며,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뇌 영역의 과잉 활동이 이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공식적인 진단 방법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이 증후군이 강박장애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과잉기억증후군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이와 같은 환자들이 괴롭힘 없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