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전쟁 희생자 추모 헬멧' 착용으로 우크라이나 선수 출전 금지 조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에 대한 출전 금지 조치를 내렸다. 헤라스케비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희생된 동료 선수 24명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착용하고 경기에 참가하고자 했다. 그러나 IOC는 그의 이러한 행동이 선수 표현의 자유 지침을 위반한다고 판단하고, 출전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헤라스케비치는 헬멧에 새겨진 24명의 선수 이미지가 헬멧의 취지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착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망한 선수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경쟁할 수 있었다"며 "그들을 배신할 수 없다"고 강력한 의사를 밝혔다. 헬멧에는 10대 역도 선수 알리나 페레후도바를 포함해 다양한 종목의 선수 이미지들이 담겨 있었다.
IOC 측은 해당 헬멧이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으며, 이 규정은 올림픽 경기장 및 시설 내에서 정치적 또는 종교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IOC는 헤라스케비치에게 추모 완장을 착용하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헤라스케비치는 이 또한 희생자들을 기리기에 부족하다고 느껴 이를 거부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직접 대화하여 설득을 시도했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실패했다.
이 조치는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국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헤라스케비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No war in Ukraine)'라는 표지를 들었던 경우에는 IOC가 이를 평화 촉구로 인정해 징계를 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정치적 표현에 대한 기준이 더욱 엄격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특정 슬로건이 적힌 복장을 착용한 난민팀 선수가 실격 처리된 사례가 있다.
헤라스케비치와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이번 출전 자격 박탈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며, 라트비아 선수단 등 다른 국가들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 스포츠 환경에서 운동선수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메시지의 한계를 다시금 논의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올림픽 참가에 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스포츠와 정치의 경계가 애매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기릴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