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 첫 대규모 코끼리 보호소 개설, 동물원에서 쫓겨난 코끼리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
포르투갈에서 유럽 최초의 대규모 코끼리 보호소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 보호소는 동물원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코끼리들을 수용하기 위해 마련되며, 2024년 초에는 인상적인 '창립 멤버'인 40세의 코끼리 카리바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포르투갈 알렌테주로 이송될 예정이다. 카리바는 1980년대 짐바브웨에서 포획되어 유럽으로 옮겨진 코끼리로, 이번 이동이 그녀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보호소의 면적은 850에이커, 즉 344만㎡로, 독일의 티어파크 베를린의 코끼리 구역의 200배, 영국 윕스네이드 동물원보다도 28배 더 넓다. 키스 린지 생물학자는 "코끼리는 신체적으로 크고 지능적으로 복잡한 동물이며,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좌절할 수 있으므로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전 연구에서 코끼리에게 필요한 최소 서식지 면적은 100헥타르(약 100만㎡)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 보호소는 영국 동물 보호 단체 본 프리 재단과 프랑스 배우이자 동물 보호 활동가인 브리지트 바르도 등 여러 후원자들에 의해 지원받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코끼리 보호소 등 기존의 보호 구역에서 영감을 받아 이 이니셔티브를 시작하였으며, 코끼리가 야외에서 자연스럽게 먹이를 찾고 목욕하는 등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흥미롭게도 방문객들의 출입은 제한되며, 개체 간 번식도 권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코끼리는 과거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현재 유럽에는 약 600마리의 코끼리가 존재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노령이다. 덴마크의 한 동물원에서는 지난해 두 마리의 아프리카코끼리를 안락사시키기도 했다. 케이트 무어 판게아 트러스트 소장은 "우리 보호소가 운영되었다면 다른 코끼리 한 마리가 포르투갈로 안전하게 은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며, 코끼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과학자들은 현재 코끼리가 동물원 환경에서 지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프리카코끼리가 케냐 국립공원에서 평균 60세까지 생존하는 것에 반해,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들은 그 기대 수명이 3배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동물원에서 길러지는 아시아코끼리도 경제적 활동에 동원된 종들과 비교했을 때 수명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판게아 트러스트 보호소가 운영되는 환경이 얼마나 자연에 가까울지에 대한 의문도 있으며, 법적 및 재정적 문제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 보호소는 동물원으로 허가받지 않으며, 코끼리는 토종이 아니기 때문에 면허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호소 측은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포르투갈 정부는 지원 의사를 밝혔다. 현재 보호소는 2025~2027년간 총 예산 780만 파운드(약 152억 원) 중 절반 정도를 확보했으나, 수용 가능 인원은 약 20마리로 제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