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급락,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가 원인으로 지목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폴 크루그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이 현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와 직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은 비트코인이 "트럼프주의에 대한 투자" 역할을 해왔는데, 그 정치적 후광이 사라짐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간 비트코인은 12만6000달러에서 8만달러 초반으로 급락하면서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 일가는 비트코인에 대한 대규모 매도 여파로 약 1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크루그먼은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그로 인해 정책적 지원을 받을 의지가 분명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8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아들이 참여한 비트코인 채굴 기업은 지난 9월에 나스닥에 상장되어 5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여러 가상자산 친화적 정책들이 추진되었고, 개인 은퇴자금에 대한 가상자산 투자 허용 방안이 행정명령을 통해 실현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크루그먼은 최근의 시장 흐름을 '정치 신호'로 해석하며,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정책에 대한 이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과 시애틀 등 대도시의 선거에서 진보적인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함에 따라 트럼프의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비트코인 가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비트코인은 트럼프 시대의 정책적 후광을 통해 성장해온 자산"이라며 "그 후광이 사라진다면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계와 시장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몇몇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최근 몇 년간 '친트럼프 자산'으로 간주되어왔으며, 정치 이벤트가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정 정치적 사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상 아래에서 비트코인이 안전한 투자처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에서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을 대통령의 비경제적 이슈와 결부시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적으로 가상자산 생태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9만달러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 10월 최고가 대비 약 30% 하락한 상태다. 이러한 혼조세 속에서 시장에서는 약세장 진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반등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