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간 디지털 규제로 인한 무역 합의 긴장 증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디지털 정책에 관한 갈등이 새로운 무역 합의의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본 논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규제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 뒤, EU의 반응으로 불거졌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 및 산업전략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최근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주최의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디지털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현재의 무역 합의가 계속 유효할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현재로서는 미국 측의 의도만 파악할 수 있으며, 공식적인 정책 발표가 없다"며, "이런 의도가 공식 발표로 이어질 경우 무역 합의의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국가의 수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기술과 반도체의 수출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와 디지털시장법(DMA)에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해왔다.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유럽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었다는 논란에 대해 반박하며, "전국 간의 힘의 균형이 유럽인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경제계 지도자들의 요청을 고려했음을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세주르네는 "지금의 국제 무역은 지정학적 쟁점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더 이상 상업적 힘이 지정학적 힘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EU의 협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른 국가들, 예를 들어 영국이나 일본 등이 체결한 것보다 훨씬 나은 조건을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의 주요 수출품인 와인과 증류주가 관세 면제 품목에 포함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최대한 많은 면제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무역 합의를 이루어 미국 외국과의 무역 관계를 다각화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의 모국인 프랑스에서는 메르코수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반대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들의 우려를 덜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프랑스 정부가 현재 유럽 차원에서 농민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번 상황은 미·EU 간의 무역 및 디지털 규제에 대한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의 국제 무역 및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