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철강, AI 분야 자국산 우선 정책 도입"… 영국 '바이 브리티시' 선언
영국 정부가 조선, 철강,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인프라 분야의 공공 조달에서 자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지난주 내각에 보낸 서한에서 전해진 내용으로, 지나치게 많은 정부 계약이 외국 기업에 돌아가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리브스 장관은 서한에서 각 정부 부처에게 "좁은 운영상 우위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넓은 국익을 위해 행동하라"고 지시하며, "영국 기업들이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서한에는 크리스 워드 내각부 부장관도 함께 서명했다. 특히 영국 재무부와 내각부는 조선, 제철, 에너지, AI 부문의 계약을 살펴볼 것이며, 각 부처 장관의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정부는 이제 공공 조달에서 비용 효율성뿐만 아니라 자국산 여부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최근 대형 프로젝트가 외국 기업에 계약된 데서 촉발되었다. 예를 들어, 2억 파운드 규모의 해군 지원 함정 사업은 네덜란드 company's Damen에, 900만 파운드의 연구선(David Attenborough) 개조 계약은 덴마크의 Orskov에게 돌아갔다. 또한 19억 파운드 규모의 핵 잠수함 기지 개선 사업도 외국 기업에게 열릴 가능성이 크며, 북해 풍력발전 사업은 중국의 Mingyang에 계약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시행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국제 경쟁 입찰이 더 나은 가격을 이끌어 낼 수 있어 납세자에게 이득이 되고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는 덴마크 업체에 돌아간 연구선 계약의 정당성을 방어하기도 했다. 또한 자국산 제품을 고수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물가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영국의 이러한 자국 우선 정책은 유럽연합(EU)의 '바이 유러피언'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EU는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유럽 방위 산업 프로그램(EDIP)에서, 방위 사업에 있어 EU 또는 관련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전체 비용의 65% 이상을 차지해야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외국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으며, 유럽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에는 EU 회원국 방위 조달의 78%가 역외에서 이루어졌고, 그 중 80%가 미국산이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영국은 자국의 방위 및 기술 산업을 강화하고, 내부 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