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자금, 비트코인 ETF로 유입…암호화폐에 대한 인식 변화
비트코인(BTC)과 관련한 기관 투자자들의 태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때는 '숨겨야 할 투자'로 여겨졌던 디지털 자산이 이제는 금융 시장의 주요 자산군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코인셰어스의 리서치 총괄 제임스 버터필은 과거를 회상하며 "기관들이 이미지 손상을 두려워해 커피숍에서 몰래 미팅을 가진 적이 있었다"라고 전하며 현재는 정반대의 상황이 됐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이사회 회의실로 공식 초대를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자금 흐름에서도 눈에 띈다. 연기금, 대학 기금 등 대형 기관들이 비트코인 ETF와 다양한 디지털 자산 투자 상품에 자금을 적극적으로 배분하고 있다. 아크인베스트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 투자에 최대 13조 달러(약 1경 9,649조 원)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관 투자 확대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지지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취임 이후 암호화폐 지지 인사들을 주요 직책에 임명하고, '비트코인 준비금' 구축 행정명령을 서명하며 규제에 대한 시장 친화적 기조를 강화했다. 또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한 조치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더불어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와 '클래러티 법안(Clarity Act)'의 지지는 업계의 불확실성을 줄여주었고,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장으로 폴 앳킨스를 임명함으로써 더욱 완화된 규제가 시행됐다. 버터필은 이러한 조치들이 디지털 자산의 정당성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월가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용하기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비트코인 ETF를 출시했으며, JP모건은 고객이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패니메이 또한 암호화폐를 담보로 한 모기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10월에는 약 190억 달러 규모의 시장 급락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최근 하락 국면에서 주식과 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의 잭 판은 "대부분의 기관은 여전히 암호화폐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라며 "하락장은 오히려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금 흐름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디필라마에 따르면 2월 23일 이후 비트코인 ETF에는 23억 달러(약 3조 4,764억 원)가 유입되며 4주 연속 순유입을 기록 중이다. 현재 ETF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830억 달러를 넘었다.
버터필은 최근 하락의 원인으로 '고래 투자자'의 차익 실현을 지적했다. 일부 대형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반감기 기반의 4년 주기를 신뢰하며 10월에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매도 압력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매도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4월 이후 시장이 안정돼 비트코인이 다시 8만 달러(약 1억 2,092만 원)를 향해 오를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기관 자금의 유입은 이제 구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단기적인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시장의 '체질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