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암호화폐 기업에 은행 면허 부여…월가와의 경계 허물어지나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 산업과 전통 금융 간의 장벽을 허물고 있는 상황이다. 리플(Ripple)과 크립토닷컴(Crypto.com)과 같은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이 이제는 은행 면허를 직접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기관 자금 유입에 있어 핵심 장애물을 제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조너선 굴드(Jonathan Gould)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은 최근 암호화폐 기업들의 '국가 은행 인가' 신청을 사실상 허용하고 결제 기술 기업들이 연방 은행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 하에 도입된 '사전 감독 승인' 지침도 폐지될 예정이다. 이 규정은 은행이 디지털 자산을 다루기 전에 반드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던 장치로, 업계에서는 '초크포인트 2.0'으로 불리며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장벽이 제거되면서 암호화폐 산업은 제도권 금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는다. 암호화폐 기업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제망인 'Fedwire'와 'FedNow'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예금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결제 및 정산 과정에서 중개기관을 거쳐야만 했던 기존 구조가 사라지며, 비용은 줄어들고 처리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암호화폐와 금융 간의 경계를 사실상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굴드 청장은 기존의 '금지되지 않으면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의 기본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리플과 같은 기업은 별도의 파트너 없이도 자체적인 은행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정책은 '디지털 자산 시장 대통령 워킹그룹'과의 연관성도 크며, 해당 그룹은 스테이블코인 통합 보고서를 2025년 7월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OCC는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기존 권한을 적극 활용해 제도 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정치적 배경도 이 같은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2024년 선거에서 암호화폐 업계는 2억5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여 친암호화폐 성향의 정치인들을 당선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의회 내에는 약 278명이 친암호화폐 성향으로 분류되며, 규제 저항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MiCA' 프레임워크를 통해 암호화폐 규제를 신속히 정립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이 해외로 이동하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미국 당국은 이러한 유동성을 자국 내로 다시 끌어오고자 정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 은행에게는 위기를 의미한다. 이제 은행 면허를 보유한 암호화폐 기업들은 더 이상 고객의 지위를 유지하지 않고, 실질적인 경쟁자가 된다. 예금 유치와 결제 시장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지역 은행들은 자체 블록체인 결제 네트워크인 '카리 네트워크(Cari Network)'를 개발하여 대응에 나선 상태다. 시장 규모 또한 막대하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30년까지 약 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이 시장을 놓치게 되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결제 분야를 잃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 역시 리스크가 존재한다. 전통 은행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동일한 자본 규제를 받지 않는 것에 반발하고 있으며, 의회에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최근의 기회가 다시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는 월가와 암호화폐 사이의 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지만,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될수록 규제와 경쟁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함께 나타나고 있어 향후 시장 방황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