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연계된 암호화폐 거래소, 서방 제재를 우회하는 '숨은 통로' 기능하나
최근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와 연결된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서방 국가의 금융 제재를 피해 자산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러한 거래소들은 공식적인 제재 명단에 포함되지 않고 있지만, 제재 대상 기관과의 대규모 자금 거래를 통해 사실상 '우회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엘립틱은 특정 암호화폐 거래소 다섯 곳을 지목하며 이들 플랫폼이 기존 은행 시스템의 감시망을 피하면서 대규모 암호화폐 거래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거래소인 비트파파(Bitpapa)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아 공식적으로 제재 대상에 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파파의 출금 거래 중 9.7%가 제재 대상 기관 및 개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트파파가 지갑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여 블록체인 상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를 회피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거래소인 ABCeX는 모스크바의 페더레이션 타워에서 운영 중으로, 과거 제재 되었던 가란텍스(Garantex)의 운영 위치와 동일하여 긴밀한 연결이 의심된다. ABCeX는 지금까지 110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를 처리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 자산은 가란텍스와 다른 거래소 아이포리 프로(Aifory Pro)와의 거래에서 상당 부분이 유출된 것으로 생각된다.
엑스모(Exmo) 또한 주목할 만한 사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분석에 따르면 엑스모와 엑스모.me라는 별도 법인이 동일한 커스터디 인프라를 공유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사업부 분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제재 환경 속에서도 자금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어 조지아에 등록된 암호화폐 플랫폼인 라피라(Rapira)는 제재 거래소 그리넥스(Grinex)로 7,20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제재 회피 자금이 러시아를 넘어 조지아와 두바이 등의 제3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상황이 드러났다.
아이포리 프로는 현금과 암호화폐를 교환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며,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를 기반으로 한 가상 결제 카드를 제공하여, 러시아 이용자들이 서방의 결제망에서 차단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렇듯 제재는 단순한 자금 차단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자금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불법 활동과 연계된 암호화폐 지갑 주소가 받은 자금은 1,54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제재가 자금을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오히려 효과적인 이동 경로를 만들어줘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러시아의 비트코인 채굴 산업 또한 저렴한 전력으로 외화 벌이에 기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서방의 제재가 암호화폐 자금 흐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이 드러났다. 규제 당국은 온체인 데이터 공유, 거래소 간의 자금 흐름 분석,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에 대한 감독 등 보다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이런 복잡한 구조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알고리즘적 분석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구조를 이해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