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양자 컴퓨터 위협 논란 속 '양자 내성 지갑' 증가
비트코인이 양자 컴퓨터의 위협에 놓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지갑 업체들이 '양자 내성(퀀텀 레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규모 양자 컴퓨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서비스가 실제로 효과적인 보호수단인지, 아니면 투자자들의 불안을 활용한 '공포세(fear tax)'에 불과한지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첫 양자 내성 암호 표준을 확정할 예정이며, 2030년 이전에 점진적인 전환을 권고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암호화폐 지갑 시장은 미래의 암호 대체 수요를 이미 상품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가와 비교해 약 50% 낮은 수가로 거래되고 있다. 2026년에는 7만 달러 이하로 하락한 가운데, 양자 컴퓨팅 위험에 대한 우려가 기관 투자의 주저함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일부 존재한다.
비트코인에 가장 문제가 되는 양자 취약점은 거래 서명에 사용되는 타원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ECDSA)이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강력한 양자 컴퓨터가 공개키를 기반으로 개인키를 역산해 코인을 탈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현재의 양자 컴퓨터 기술은 이러한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이와 달리, 사용자가 모르게 수집된 데이터가 미래에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수집하고 나중에 복호화(harvest now, decrypt later)' 전략은 이미 현실적인 위협으로 꼽히고 있다. 비트코인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노출된 공개키에 집중된다. 공개키가 한 번 온체인에 등장하면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최신 주소 형식의 경우, 실제 사용 시에만 공개키를 노출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노출 면적을 줄이고 있다.
한편, 현재 보호 중인 비트코인 중 약 1만 230BTC가 공개키가 완전히 노출된 상태로 보관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1BTC 이상 100BTC 미만의 지갑까지 포함하면 약 162만BTC가 이 범주에 속하지만, 각 주소에 담긴 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대규모 공격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양자 컴퓨터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을 두고, 하드웨어 지갑 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양자 대비' 기능을 상품화하고 있다. 일부 지갑은 양자 내성 기능을 적용해 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능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트레저의 '세이프 7' 모델은 출시 시점부터 양자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홍보하고 있고, qLabs는 양자 내성 서명 알고리즘을 적용한 '퀀텀-시그'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지갑이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양자 리스크를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거래는 프로토콜 내의 서명 방식에 의해 승인되기 때문에, 해당 구조가 무너지면 해결책은 지갑이 아닌 프로토콜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자 내성이 없는 현재 프로토콜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론적으로 보안 기업들은 비트코인의 양자 컴퓨터 위협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프로토콜 차원에서의 변화 없이는 이러한 준비가 실질적인 해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중적 시각이 존재한다. 양자 컴퓨터 기술의 발전 속도와 비트코인 생태계의 변화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투자자들이 심리적 보험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혹은 과장된 마케팅에 불과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