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디지털 자산 및 국가안보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범주화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이 보고서는 2025년 3월 12일에 발동된 행정명령 14178호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금지를 골자로 하여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육성하는 방침을 담고 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CBDC 도입에 대해 금융 사생활 침해 및 시스템 안정성 훼손의 가능성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민간 부문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으로서 육성할 방침을 세웠다. 예를 들어, 최근 제정된 '미국 스테이블코인 혁신 촉진 및 확립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을 독립 자산으로 분류하고, 그 발행 및 월별 준비금 보고를 의무화하여 달러의 국제 결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의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애프터콜(AFT)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증권, 상품, 소비자용 토큰 등으로 자산을 구분하여 규제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조정하도록 하여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목적으로 보인다. 특히 친환경적인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 방식과 스마트계약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 대한 기술적 특성과 기능을 감안한 유연한 정책 수립이 예고되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은 2025년 7월 기준 총 예치자산(Total Value Locked, TVL)이 약 1,300억 달러에 달하며,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거래량이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등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도 보고서는 블록체인과 소비자 간 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은행의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 지원 방침도 명시되었으며, 디지털 자산 관련 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겠다는 계획이 강조되었다. 특히,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과 같은 국가 비축 체계를 통해 정부가 압수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세금 측면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규정하되, 새로운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과세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국제적인 규범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FATF, FSB, 바젤위원회의 가상자산 규범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디지털 자산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전략 자산으로 인식 될 것이며, 통합적인 정책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본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를 통해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