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진정한 화폐로 자리 잡기 위해 극복해야 할 세 가지 장벽

스테이블코인이 과연 진정한 화폐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지금의 세계 블록체인과 금융 정책의 중심 이슈를 다루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명 벤처 캐피털 a16z crypto가 발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법정 화폐처럼 기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세 가지 중요한 장벽이 있다. 이 장벽은 유동성(Liquidity), 주권(Sovereignty), 신용(Credit)으로, 각각 화폐의 핵심 조건을 나타낸다.
이 세 가지 조건은 단순한 기술적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존속하는 글로벌 통화 질서와 국가 정책, 그리고 시장 인프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복잡한 문제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디지털 금융 인프라가 우수하지만 제도화가 느린 국가에게는 더욱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첫 번째 장벽은 유동성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돈처럼 기능하기 위해서는 시장 안팎에서 유동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거래소에서의 거래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결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탈중앙 결제 네트워크와 예금·출금 시스템, 은행 및 핀테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Circle은 미국 내에서 은행 인가 신청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시도하고 있으며, Stripe는 USDC 결제를 통한 통합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와 같은 강력한 결제 플랫폼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약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과의 통합은 여전히 어렵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점은 탈중앙 결제 시스템 실험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
두 번째 장벽은 주권이다.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에 기반하기 때문에, USDC와 USDT는 사실상 디지털 달러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자국 통화가 약한 국가에서 비공식적인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a16z는 이를 '디지털 달러화'로 묘사하며 국가 통화정책 도구의 상실 가능성을 경고한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터키와 같은 고인플레이션 국가에서는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법정 통화보다 더 높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통화 주권이 안정적이지만, 디지털 자산 시대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공존이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장벽은 신용 문제이다. 화폐는 결국 신뢰에 의존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현재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와 예금을 기반으로 담보되고 있다. USDC는 70% 이상의 자산을 단기 국채로 담보하고 있으며, 이는 약 128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담보 구조가 장기적으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a16z는 스테이블코인이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통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물 자산의 온체인 토큰화(RWA), 프로그래머블 담보 시스템, 온체인 신용 시스템 등 새로운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전 세계 유통량은 약 2300억 달러를 초과하며, 월간 거래량은 2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디지털 통화 체계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디지털 인프라와 사용자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법제도가 문제다. 지금과 같은 규제 공백 상태에서는 국제 금융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a16z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