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리, DAO 거버넌스 플랫폼 종료…규제 변화와 수요 감소가 배경
암호화폐 업계의 대표적인 DAO(탈중앙자율조직) 거버넌스 플랫폼인 태리(Tally)가 결국 사업을 종료하게 되었다. 최고경영자(CEO)인 데니슨 버트럼(Dennison Bertram)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이었다”고 언급하며, 규제 환경의 변화와 생태계의 성장 둔화가 동시에 거버넌스 도구에 대한 수요를 줄였다고 진단했다.
태리는 주요 프로토콜인 아비트럼(ARB), 유니스왑, 이더리움네임서비스(ENS) 등을 포함해 500개 이상의 DAO에 온체인 거버넌스 솔루션을 제공해온 플랫폼으로, 6년 동안의 운영을 마감할 예정이다. DAO는 전통적인 기업 구조와 달리 이사회나 경영진이 아닌, 토큰 소유자들이 직접 수수료 구조부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이르기까지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투표 참여율이 낮아 소수의 적극적인 유권자들이 주요 결정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태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투표 인프라, 위임 도구, 거버넌스 대시보드 등을 제공해 '크립토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버트럼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DAO 거버넌스 툴의 핵심 이슈는 ‘규제 리스크’와 ‘탈중앙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의 확장’이라고 강조하며, 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약화되었다고 밝혔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프로젝트들이 탈중앙 거버넌스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든 반면, 이더리움 생태계의 폭발적인 성장은 예측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어크로스 프로토콜이 DAO를 해산하고 미국의 C-코퍼레이션(일반 주식회사)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처럼, DAO 구조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이 제안 이후 ACX 토큰 가격이 무려 80% 상승한 사례에서 보듯, 토큰 기반 구조가 기관 파트너십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 솔라나 기반 거래소 주피터와 NFT 기업 유가랩스도 DAO 구조를 접고, 유가랩스 CEO는 거버넌스를 "느리고 시끄러운, 종종 진지하지 않은 '거버넌스 연극'"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규제 해석의 변화 또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체제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특정 집단이 토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주도하면, 하위 테스트(Howey Test)상 증권으로 분류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권한을 DAO로 분산시키는 전략을 채택했으나, 지금은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기업 모델로 운영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탈중앙화는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태리의 사업 모델은 이더리움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태리는 과거에 수천 개의 L2(레이어2) 프로토콜이 생길 것이라는 암시를 주며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는 빠르게 소수의 지배적인 프로토콜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어, 새로운 고객군이 충분히 확장되지 않은 상황이다.
버트럼은 암호화폐가 결제나 예측시장 같은 특정 분야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으나, 거버넌스 인프라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폐업을 알리는 글에서 “탈중앙 프로토콜을 위한 거버넌스 툴링은 벤처 투자로서 유망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언급했다.
그는 또한 현재 AI(인공지능)가 새로운 내러티브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크립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버트럼은 2011년부터 이 분야에서 활동해온 경력이 있지만, 지금의 업계가 더 이상 '초기'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태리의 종료는 단순한 하나의 기업 실패가 아닌, 규제, 내러티브, 생태계의 성장률이 맞물려 '탈중앙 거버넌스'가 필수 인프라에서 선택적 비용 항목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