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비트코인 2,323개 분쟁 본안 재판으로 진행
최근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고등법원이 비트코인(BTC) 2,323개 절도 의혹에 대한 민사 소송을 본안 재판으로 넘기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영국 법원의 입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은 비트코인이 기존 재산법 체계 안에서 어떻게 다루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핑 파이 위엔(Ping Fai Yuen)은 그의 별거 중인 아내인 펀 융 리(Fun Yung Li)가 CCTV를 이용해 테조르(Trezor) 하드웨어 월렛의 24단어 복구 구문(recovery phrase)을 몰래 알아내고 본인 동의 없이 비트코인 2,323개를 무단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비트코인은 당시 약 6,000만 달러(약 895억 원)로 평가되었으나,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7만4,000달러(약 1억 1,038만 원)를 넘어서면서 약 1억7,200만 달러(약 2,565억 원)로 그 가치는 크게 상승하였다.
위엔은 테조르 하드웨어 월렛이 PIN으로 잠금되어 있었지만, 복구 구문을 알고 있으면 다른 기기에서 동일한 지갑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현재 이 비트코인은 여러 거래를 거쳐 71개 블록체인 주소에 분산되어 있으며, 2023년 12월 21일 이후에는 추가 이동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 사건에 그치지 않고, 법적 쟁점으로 '전환(conversion)' 이론이 디지털 자산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환이란 타인의 유체동산을 부당하게 점유하고 소유권을 침해하는 경우 성립하는 청구로, 위엔 측은 이 법리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전환 이론이 디지털 자산에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위엔이 제기한 다른 법적 청구는 여전히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실제 물리적 자산이 아니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침해 발생 시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혐의를 받고 있는 펀 리 측은 이 사건이 전환이 아닌 다른 법리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와 디지털 자산의 보호 및 회복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법적 담론이 되고 있다. 희망적으로, 이 재판을 통해 암호화폐의 법적 정체성과 권리 보호 체계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