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 은행 및 증권사에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허용 방안 제시
러시아 중앙은행이 은행 및 증권사에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 라이선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금세탁 및 사기 위험을 통제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3월 5일(현지시간) 인터팍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별도의 복잡한 신규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지(노티피케이션)’ 방법을 통해 기존 금융 라이선스에 가상자산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합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은행들이 이미 구축한 자금세탁 방지(AML) 및 테러 자금 조달 방지(CFT) 체계, 그리고 사기 대응 역량을 활용해 가상자산 시장의 투자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의 경험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고객 보호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안된 초안에서는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통화 가치물(currency valuables)’로 분류하여, 이들이 러시아 내에서 보유 및 거래는 가능하지만 법정 통화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한될 것임을 나타낸다. 이는 법정통화와 자본 통제의 경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거래가 제도권 안으로 흡수되면서 규제당국의 관리하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리스크 관리 방안도 제시되었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은행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노출을 자기자본의 1%로 제한하는 임시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이 영역에서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 수준을 1%로 제한하고, 이를 통해 은행의 운영 방식을 살펴본 후 다음 단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투자자 자격에 따른 거래 한계도 명확히 규정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적격 투자자는 제한 없이 암호화폐를 매수할 수 있는 반면, 비적격(일반) 투자자는 단일 중개기관을 통해 연간 30만 루블(약 4446만 원)까지만 매수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은행과 증권사가 규제된 관문 역할을 맡고, 개인의 직접적 접근은 제한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러시아는 2020년부터 디지털 자산을 재산으로 인정하면서도 결제 수단으로의 사용은 금지해 왔다. 2022년에는 전면 금지 조치가 논의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규제 중심으로 방침이 변경되었다. 2024년부터 2025년 사이에는 제한적 국경 간 사용과 채굴을 합법화하는 등 시장 유입을 인정하면서도, 접근 권한은 은행 및 고위험 투자자 중심으로 제한하였다.
이번 은행 및 브로커리지 라이선스 추진은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관리 가능한 형태로 국내화하려는 흐름으로 이해된다. 이는 과세 기반을 만들고, 자본 유출 통제를 유지하며 허가받지 않은 해외 거래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향후 2026년 중반까지 폭넓은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계속해서 무허가 중개업자 및 역외 플랫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러시아의 암호화폐 거래 환경은 ‘은행 중심의 폐쇄형 모델’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