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달러 슈퍼예산안 낸 바이든… '부자증세'도 뒤따라 왔다
교육부 예산 전년비 41% 늘려
보건 23%·환경 22% 증액 편성
'복지·고용 주력' 확연히 드러나
법인세 최고세율 21%→ 28%
고소득자 세금인상 계획 확정
10년간 3조6000억달러 세수증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차 대전 이후 최대인 6조100억 달러(한화 6700조원) 규모의 내년 슈퍼 예산안을 공개했다. 또한 향후 10년간 3조6000억 달러(한화 4000조원)에 달하는 '부자 증세' 계획도 함께 확정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향후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 등을 포함한 세제 개편 계획을 이같이 발표했다. 이같은 부자증세는 그동안 예상된 것이었지만, 내년 예산안 발표와 맞물려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 공식화했다.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예상대로 현행 21%에서 28%로 올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5%이던 세율을 21%로 내렸던 것을 중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향후 10년간 2조 달러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10년간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개인 고소득자 세금 인상도 계획돼 있다.
우선 연간으로 부부 합산 50만 달러, 개인 45만 달러 이상 소득자의 세율이 37%에서 39.6%로 오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40만 달러 이하 소득자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또 1년 이상 보유한 자산에 대한 자본이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개인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대폭 상향키로 했다. 이밖에 세법 준수 개선을 통해 8000억 달러, 세법의 허점 해소를 통해 640억 달러의 세수를 증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에 제품을 들여와 파는 미 기업들에도 과세가 강화된다. 이른바 '메이드인 아메리카' 세금이다.
이렇게 해서 추가로 확보되는 3조6000억 달러의 세수는 '미국 일자리 계획'(2조2500억 달러), '미국가족계획'(1조8000억 달러) 등 바이든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와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제시한 4조 달러의 지출 재원으로 활용된다.
여기에는 청정에너지, 전기차, 저소득층, 주택건설 등에 대한 각종 세액 공제 1조2000억 달러가 포함돼 있어 실질적인 세수 증가액은 2조4000억 달러가 된다. 이날 재무부가 밝힌 내년 예산안은 의회 협상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적용된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뒤 첫 예산안은 복지와 고용에 방점이 찍혔다.
교육부 예산은 전년비 41%, 보건부 예산은 23%가 늘었다. 환경청(EPA) 예산 역시 1년 전보다 22% 더 많아졌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중점을 뒀던 이민단속을 위한 국토안보부 예산은 0.1% 삭감됐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우선 순위였던 국방 예산은 증액되기는 했으나 증가폭이 미미했다. 국방·국내프로그램 예산에 1조5200억달러가 할당돼 전년 1조4000억달러에 비해 8.6% 증가했지만 국방부에 배정된 예산은 단 2% 증가하는데 그쳤다.
CNBC는 바이든 대통령의 첫 예산안은 대통령 자신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그 우선 순위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예산안 6조달러 가운데 3000억달러만이 내년에 신규로 지출되는 예산이다. 나머지 대부분 예산은 이전부터 법에 따라 행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토록 돼 있는 예산에 배정돼 있다.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국채 이자 지급 등이 그것이다. 새 행정부가 내년 예산 가운데 임의로 동원가능한 규모는 약 1조5000억달러 수준이다.
연방정부 각 기관에 배정되는 예산도 이 안에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이미 국방부에 배정됐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이전 행정부처럼 장밋빛 경제전망을 근거로 예산안을 짰다.
실업률은 올해말 4.7%로 떨어지고,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4.1%, 3.8%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앞으로 10년간 연간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2.3%를 넘지 않을 것으로 백악관은 봤다. 그러나 현재 실업률이 6.1%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4.2%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백악관이 지나치게 경제 상황을 낙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