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로존 실질 국채금리, 사상 최저로 하락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미국과 유로존의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로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약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트레이드웹 자료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마이너스(-) 1.132%로 자료 집계가 시작된 2003년 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독일과 영국의 동일 만기 TIPS 금리도 이번 주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독일 TIPS 금리는 전날 -1.775%로, 영국 TIPS 금리는 -2.868%로 떨어졌다.
TIPS는 원금이 물가와 연동하여 움직이는 국채를 말한다. 물가수준을 반영하여 원금을 재계산한 후 이자를 산출하기 때문에 투자금의 실질 가치가 보장되는 채권이다.
금리는 물가 위험이 제거돼 있어 일반 국채보다 낮지만, 기대 인플레이션보다 실질 인플레이션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 일반 국채보다 물가연동국채가 유리하다.
애널리스트들은 실질 금리의 하락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빠른 회복에 대한 베팅을 줄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성장 전망은 개선되고 있으나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해 경제가 또 다른 팬데믹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수준에서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10년 만기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은 돈을 잃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고수익을 위해 주식과 회사채와 같은 더 위험한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루미스, 샐리스앤코의 피터 야눌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질 금리가 10년물까지 사상 최저인 걱정스러운 수준에 있다"라고 말했다.
실질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대에 진입한 것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채권을 대거 매입하며 장기금리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가가 2%를 한동안 웃돌더라도 장기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기조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최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더 오랫동안 더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우려로 경기 반등세가 예상보다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어느 때보다 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0년물 국채금리가 1.2%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실질 금리는 더욱 하락하고 있다.
블랙록의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대다수 중앙은행이 평균을 웃도는 인플레이션에 과거보다 더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며 이것이 명목 금리는 물론 실질금리도 낮춰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보다 명목금리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훨씬 덜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그러나 금리의 방향으로 볼 때 결국 명목 금리가 오를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국채 전반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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