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에 금값 고공행진...하반기엔 구리·원유 ‘유망’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금값 상승세가 제한적일 전망이며, 대신 구리, 원유 등 다른 원자재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금 현물(99.99K) 가격은 전일 대비 0.78% 오른 6만8540원을 찍으며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한 달 전 6만3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1개월 만에 8% 넘게 오른 셈이다.
최근 가파른 금값 상승세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금은값은 명목금리가 오를 때 하락하는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상승하곤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예상 보다 앞당겨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유동성 회수 우려가 커지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자극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안전자산인 금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물가 상승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물가가 상승하고 있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트코인 변동성이 커지자 금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높아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금을 대체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폭락하자 금의 대안 자산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으로 투자자금 유입, 금 투자자금 유출 사이 유의미한 인과관계는 없다고 분석한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 목적상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교집합이 존재하지만, 안전자산 수요,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역할은 가상화폐의 짧은 역사와 변동성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오른 금값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국채 금리 상승, 미국 달러 강세 등을 고려하면 지속적으로 오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전 연구원은 “금값은 하반기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가이던스 제시 시점을 전후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다소 부진할 전망이다”며 “경기 회복을 기반으로 미국 달러도 하반기 강세 기조를 보일 개연성이 높으며, 이는 금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