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회복에 투기자금까지…원자재 값 연일 고공행진
수요 회복에 투기자금까지…원자재 값 연일 고공행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이를 활용한 자본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국제 원자재 값이 연인 고공행진이다. 물가 상승과 이에따른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세계 경기 회복과 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수요 확대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원자재 투자 확대를 조언했다.
실제 친환경·전기차 산업 금속으로 쓰이는 구리는, 톤당 1만 달러를 돌파한 뒤 한 때 1만440달러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금융 투자 업계에선 톤당 1만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2만 달러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철광석도 사상 최고치인 톤당 2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하락세이던 금 가격도 2분기 들어 연초 하락폭을 만회하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소맥, 옥수수 등 농산물 값도 상승세다.
업계에선 이 같은 원자재값 급등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에도 기인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는 투자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비 함브로 블랙록 글로벌 테마 투자 책임자는 “(최근 원자재값 상승은) 물리적 수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금융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블랙록 월드마이닝펀드는 4월까지 최근 6개월간 31억 달러가 유입되며 75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졌다. 원자재 시장 호황이었던 2011년 당시 이 펀드가 180억 달러 규모로 운용되던 것을 감안하면, 원자재 시장으로의 투자자금 유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수요는 이미 순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3월 구리가격 급등 조짐이 보일 당시, CTA(미국 선물거래협회에 등록된 원자재 투자 헤지펀드)의 프로그램 매매가 시작되면서 상승 흐름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구리, 금, 원유, 소맥 등 원자재 가격 방향성에 투자하는 CTA는 원자재 값 상승 신호를 읽으면 매수하는 알고리즘 매매 전략을 구사한다.
맥슨 레이튼 씨티그룹 상품리서치 담당 전무는 “전통적인 헤지펀드 투자자들보다 CTA가 더 빨랐다”며 “투자자들은 이미 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간접투자 상품으로 까지 원자재 값 상승에 베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올 들어 구리에 투자하는 간접투자 상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위즈덤트리코퍼환거래상품펀드에 대한 순 유입액은 3억6600만 달러 급증해, 운용 자산이 8억4100만 달러로 늘었다. 5대 산업금속 ETP(상장지수상품)은 4월 사상 최대 유입액을 기록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3월 에너지와 농산물, 금속 등 원자재 펀드에 보유한 자산이 2300억달러로 10년래 최고치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전략 애널리스트는 “지금과 같은 유동성 환경에서는 구리와 옥수수 가격 등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지면서 기술주로 대변되는 혁신산업이 아닌 전통 산업으로 투자금이 몰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가와 관련돼 가격 상승 요인이 있는 음식료나 철강·조선 등 물가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가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510000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