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에피스홀딩스라는 신설회사를 만드는 인적분할을 발표한 이후, 삼성그룹의 주요 기업인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바이오 사업 가치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반한 결과다.

27일 코스피에서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번 인적분할 발표 이후 4일 만에 8.3% 상승, 15만5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3.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삼성물산에 반영되어 왔다. 이제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이 가치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삼성물산의 목표 주가를 현재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삼성물산이 바이오 사업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지주사 할인이 기존 60%에서 40%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삼성생명도 최근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과 관련된 의문이 부각되며,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삼성생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시가로 평가해야 하고, 총자산 대비 3%를 넘는 지분은 매각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시가로 평가하면 약 27조 원에 달하며, 이는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이 매각해야 할 19조 원 규모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인수해야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안된 한 가지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인적분할로 얻은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하여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생성된 자금을 주주 환원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S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분 매각 금액의 절반 정도가 주주배당으로 쓰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주가가 8.28% 급등했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15.23%)와 삼성생명(2.92%)으로, 삼성생명에 의해 보유 지분을 줄여야 하는 시점에서 지분 맞교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중공업 지분을 늘리는 한편, 삼성전자는 삼성생명 보유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여 자사주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삼성전자의 자사주 비율이 현재 0.81%에서 더 높아져, 향후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다.

삼성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각 기업의 주가는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