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의회 첫 번째 투표에서 총리로 선출되는 데 실패하며 큰 충격을 안겼다. 메르츠는 총리로 취임하기 위해서는 최소 316표를 확보해야 했으나, 그를 지지한 의원 수는 310표에 그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메르츠가 공식적으로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황에서의 예상치 못한 후퇴로 해석된다.

투표 결과 발표 이후, 의회 세션은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해 중단되었고, 독일 DAX 주가 지수는 결과 발표 이후 추가 하락세를 보여 오전 10시 7분 기준으로 약 1.4%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독일 헌법에 따라, 총리가 선출되지 않을 경우 14일 이내에 두 번째 투표가 실시되어야 하며, 이번에도 과반수가 필요하다. 만약 두 번째 투표에서도 총리가 선출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추가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메르츠가 소속된 사회민주주의연합(SPD) 및 그 자매당인 기독교사회연합(CSU)은 올해 2월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연립 정부를 구성할 예정이었다. 독일에서는 주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연립 정부가 일반적이다. 이들 정당은 어제 새로운 연합 협약인 '독일을 위한 책임'에 서명하며, 지난 몇 주간의 협상 과정을 마무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오랜 시간 독일 정치에서 최고 자리를 목표로 해온 인물이다. 그는 학교 시절부터 CDU에 가입하였으며, 이후 지역 청년 조직의 리더로 활동했다. 1989년에는 유럽 의회 의원으로 임명되었고, 이후 독일의 연방 하원인 분데스타그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그의 정치 경력 초기에는 전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의 경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메르츠는 2004년 CDU-CSU 연합의 의장 자리에서 사퇴했는데, 이는 메르켈의 상승세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

정치 경력 외에도 메르츠는 법학을 전공한 뒤 판사로 일하였고, 이후 마이어 브라운 LLP에서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또한 블랙록 독일 및 HSBC 트링카우스와 같은 대기업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바 있다. 이러한 경력은 그가 정치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치에서의 이번 사건은 향후 정치적 변화와 협력의 방향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츠의 선출 실패는 그가 국민과 정치적 동료들에게 신뢰를 구축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