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 암호화폐 규제 강화 예고
개리 젠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3일(현지시간) SEC가 암호화폐 규제 총대를 멜 것임을 예고했다.
의회에 SEC가 암호화폐 시장을 감독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젠슬러 위원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애스펜 증권 포럼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법 규정보다 지역 토착 세력이 좌우하던 개척시대의 미 서부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SEC의 증권 시장 규정,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의 은행 감독 규정 등에서도 동떨어져 있는 무법지대인 '와일드 웨스트'라고 그는 지적했다.
젠슬러는 이같은 '와일드 웨스트'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SEC의 임무라면서 이를 위한 권한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젠슬러에 따르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암호화폐 시장은 그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75개가 넘는 암호화폐(토큰)이 있고, 이들의 시가총액은 각각 최소 10억 달러가 넘는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1조6000억 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젠슬러는 그러나 암호화폐가 급격한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어 범죄에 활용되는 것 외에는 애초 목표였던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암호화폐는 주로 랜섬웨어 공격으로 범죄 해커집단들이 랜섬머니를 받거나, 경제 제재를 피해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수단, 돈세탁, 탈세 등에 주로 연루돼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인 젠슬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규제 전문가다.
암호화폐에도 해박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시절 암호화폐 과목을 가르치기도 했다.
젠슬러는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암호화폐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암호화폐가 '투기성 높은 가치저장 수단'이라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대규모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젠슬러는 "지금 당장은...(암호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충분한 수단이 없다"면서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와일드 웨스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자산군은 사기와 특정 용도의 남용으로 번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젠슬러는 이어 "많은 경우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엄격하고, 균형잡힌 시각의 완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서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수많은 이들이 다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단 SEC가 현재 미 증권법에 따라 암호화폐들은 증권으로 규정된다면서 이들 암호화폐에 대해 감독 권한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젠슬러는 일반적인 암호화폐이건, 증권으로 안정적인 가치가 보장되는 스테이블코인이건, 합성 암호화폐이건 간에 이 암호화폐들은 증권법과 SEC의 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지금 규정으로는 SEC가 제대로 된 감독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는 의회가 SEC에 덜 투명한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암호화폐 가격은 이날 하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4.6% 하락한 3만7834 달러, 이더리움은 7% 급락한 185 달러로 밀렸다.
도지코인은 5.2% 내린 0.194 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