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3) 플랫폼·콘텐츠·결제…코인도 ‘섹터’가 있다
1만240개.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집계한 암호화폐(코인) 개수다. 코인이 많아도 너무 많다. 코스피(808개), 코스닥(1505개)은 물론 나스닥(약 3280개) 상장 기업보다 3배나 많은 코인이 전 세계에서 거래된다. 코인의 홍수 속에서 최소한 본인이 투자한 코인이 무슨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코인 하나하나에 대해 공부하기 앞서, 세상에 어떤 종류의 코인이 있는지부터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플랫폼 코인 운영체제(OS)
▶이더리움 디앱, 1600개 훌쩍
코인은 크게 ‘플랫폼 코인’과 ‘유틸리티 토큰’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플랫폼 코인은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같은 운영체제(OS) 역할을 한다. 유틸리티 토큰은 그 위에서 구동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 보면 된다. 유틸리티 토큰을 ‘디앱(dApp)’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플랫폼 코인은 유틸리티 토큰이 잘 구동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플랫폼 코인에 중요한 것은 유틸리티 토큰 사용자가 지불하는 수수료가 얼마나 저렴한지, 처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등이다.
플랫폼 코인에 투자하기 전, 그 위에서 작동하는 유틸리티 토큰이 몇 개나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유틸리티 토큰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지, 즉 ‘플랫폼 코인 생태계(ecosystem)’가 얼마나 큰지에 따라 코인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코인에도 ‘계파’가 존재하는 셈이다.
플랫폼 코인의 대표 주자는 역시 이더리움(ETH)이다. 바이낸스코인(BNB·시총 3위), 테더(USDT·4위), 체인링크(LINK·11위) 등 굵직굵직한 코인이 처음에는 모두 이더리움 유틸리티 토큰으로 출발했다.
유틸리티 토큰 정보 사이트 ‘디앱닷컴’에 따르면 1653개 유틸리티 토큰이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한다. 세계 최대 규모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UNI·10위),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 컴파운드(COMP·49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더리움 외에도 플랫폼 코인은 많다.
바이낸스코인은 자체 블록체인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을 운용한다. 탈중앙화 거래소와 이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팬케이크스왑(CAKE)’, 가상자산 담보대출 서비스를 보유한 ‘비너스프로토콜(XVS)’ 등이 바이낸스 생태계에 자리 잡은 유틸리티 토큰이다. 지난 5월 기준 바이낸스 디앱은 308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코인 중에는 중국계 코인이 강세를 보인다. 바이낸스를 비롯해 이오스(EOS·디앱 355개), 트론(TRX·693개), 네오(NEO·693개) 등이 거대한 생태계를 갖춘 주요 플랫폼 코인으로 꼽힌다.
한국 플랫폼 코인도 있다. 티몬 창업주 신현성 대표가 만든 ‘테라(LUNA)’ 그리고 썸씽·스테이지·위블락 등 디앱을 보유한 ‘아이콘(ICX)’이 대표적이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만든 ‘클레이튼(KLAY)’도 빼놓을 수 없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클립’ 등 클레이튼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디앱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유틸리티 토큰 애플리케이션
▶‘섹터별 대장주’ 투자 전략 짜보면
유틸리티 토큰은 플랫폼 코인에 비해 기능과 성격이 명확하다. 마치 안드로이드와 iOS가 제공하는 기능은 엇비슷하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앱의 종류는 천차만별인 것처럼 말이다.
비슷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틸리티 토큰을 묶어 카테고리(범주)화할 수도 있다. 주식으로 따지면 ‘섹터’다. 금융, 콘텐츠, 사물인터넷, 부동산, 물류, 게임, 통신, 스포츠, 헬스케어 등등 그 종류만 수백 개다.
코인 투자에 앞서 어떤 섹터에 포함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해당 섹터에 호재가 있을 때, 코인 가격이 비슷한 방향성을 띠기 때문이다. 각 섹터마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코인, 이른바 ‘대장주’ 위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세워볼 수도 있다. 코인마켓캡, 쟁글 등 주요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들이 최근 코인을 섹터별로 분류해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 있다.
섹터별로 시가총액이 큰 유틸리티 토큰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에서는 유니스왑·체인링크·에이브(AAVE), 콘텐츠·미디어는 세타(THETA)·엔진코인(ENJ)·스팀(STEEM), 사물인터넷은 아이오타(IOTA)·헬리움(HNT)·디지바이트(DGB)가 크다. 물류는 비체인(VET), 스포츠는 칠리즈(CHZ), 게임은 디센트럴랜드(MANA)·더샌드박스(SAND), 헬스케어는 한국 코인 메디블록(MED)이 대장주다.
한편, 유틸리티 토큰이 플랫폼 코인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지난 1편에서 설명한 ‘메인넷(main-net)’ 출범을 통해서다. 카카오톡의 예를 들어보자. 초기 카카오톡은 메신저 기능이 유일했다. 이때만 해도 ‘커뮤니케이션 앱’, 코인으로 따지면 유틸리티 토큰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카카오톡은 어떤가. 쇼핑, 음식 주문, 게임, 헤어숍, 웹툰 등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수십 개에 달한다. 이제는 어엿한 플랫폼 코인이 된 것이다.
코인 생태계도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플랫폼 코인으로 거듭날 만한 유틸리티 토큰에 미리 투자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거래용 코인 결제와 송금
▶비트코인·리플·스테이블 코인
여기까지 기사를 읽었다면 의아함을 느끼는 이가 있을 테다. 암호화폐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BTC) 이름이 아직 안 나왔기 때문이다. 모든 코인을 플랫폼 코인과 유틸리티 토큰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 또 거래소 간 코인 거래를 위한 ‘거래용 코인’도 있다. 송금·결제용 코인이 대부분 여기 속한다.
비트코인은 물론 비트코인에서 파생한 라이트코인(LTC), 비트코인캐시(BCH), 도지코인(DOGE) 등이 대표적인 거래용 코인이다. 은행 간 국제 송금 기능으로 각광받는 리플(XRP)도 마찬가지다.
‘스테이블 코인’도 거래용 코인으로 분류한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미국 달러나 유로화, 한국 원화처럼 각 정부가 발행한 법정화폐 가격을 추종하는 코인을 말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코인은 그간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오르락내리락하는 높은 가격 변동성 탓이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스테이블 코인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테더’를 예로 들어보자. 1USDT 가격은 1달러 가격에 고정돼 있다. 달러와 일대일 교환이 가능한 셈이다. 테더가 주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테더로 환전하면 각 가상자산 거래소가 기본으로 사용하는 법정화폐가 달라도 매매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중국처럼 달러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 특히 스테이블 코인 수요가 높다. 단순히 거래 편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달러에 투자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4/0000069082?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