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의 결제수단화…카드사 "신시장 펼쳐지나"
코인의 결제수단화…카드사 "신시장 펼쳐지나"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가 '대체 결제수단'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매입한 가상화폐를 카페나 편의점 등에서 사용하는 등 활용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의 결제수단화에 최근 빅테크 등 경쟁자가 늘어난 카드사들도 주시하고 있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페이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가맹점이 온·오프라인을 합쳐 7만곳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코인은 PG(전자결제대행) 업체 다날의 자회사인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가상화폐로 카페 브랜드 '달콤커피' 등에서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된 바 있다.
가상화폐가 원래 '디지털 화폐'로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날 기준 코인당 7000만원 선을 넘보고 있는 비트코인은 '첫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3년 파리바게트 등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결제수단으로 채택한 바 있었다.
현재는 비트코인을 일상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가맹점은 드물지만, 페이코인처럼 핀테크사가 일상 결제를 노려 제작하는 가상화폐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를 일상 속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 가상화폐는 국내의 '코인 투자 열풍'에 가치 변동이 너무 커 일상 결제수단으로의 정착은 갈 길이 멀다. 예시로 들었던 페이코인도 지난 2월 16일까지 코인당 200원이 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 2000원이 넘는 가치 폭등이 발생했다.
카드사들도 가상화폐가 대체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가치 변동이 너무 큰 자산이라서 일상 속에서 활용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도 각종 코인들이 투자 열풍에 가치가 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요인이 있다"며 "페이코인의 사례는 가상화폐를 일상 속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실험적인 측면이었지 본격적인 정착의 길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자신 명의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그는 "가상화폐는 레퍼런스(Reference)와 질서가 매우 빈약해 어째서 등락을 반복하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며 "즉 이는 블라인드(Blind·맹인) 투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단 가상화폐가 제도·규제나 어떤 다른 이유로 안정화되면 그때는 보조적 결제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어떤 가치를 담보하고 있어 안정적인 가치를 시현할 수 있다면 최근 등장한 후불결제, 간편결제(○○페이)와 같이 결제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당장은 우려가 적지만 중장기적으로 결제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후불결제 등 결제시장에 진출한 경쟁자들이 많아진 상황에서 투자수단으로 활용되던 가상화폐가 결제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파급력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비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느 때보다 비대면,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이라며 "실제 페이코인처럼 결제수단화를 직접 겨냥한 가상화폐가 나왔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는 결제시장에 참여하는 공급자의 확대로 시장이 그만큼 포화된다는 걸 의미한다"며 "가상화폐가 어떻게 정착할지가 우선 문제겠지만, 보조 결제수단으로 본격 등장하기 시작하면 후불결제와는 또다른 모습이 펼쳐질 수 있어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