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굴하지 않는다…中, 첨단 반도체없이 AI 개발 '속도'"
FX개미'AI 핵심 칩' 엔비디아 A100 수입 막혀
구형 모델 결합해 비슷한 성능 구현 노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제재 조치로 첨단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이 구형 반도체를 활용해 최첨단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방안을 찾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각종 연구 논문 분석과 복수의 소식통 인터뷰 등을 통해 화웨이, 바이두, 알리바바 그룹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이러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술 기업의 이러한 연구 활동은 AI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반도체 A100과 H100 수출길이 막힌 데서 시작된다. 엔비디아가 2020년 출시한 A100은 AI의 대규모 학습과 추론을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챗GPT와 같은 챗봇에 필수적인 대형 언어모델(LLMs) 훈련에 필수적이다. H100은 그다음 단계로 개발돼 지난 3월 출시한 차세대 모델이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는 함구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챗GPT와 같은 대규모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A100이 5000~1만개가량 필요하다고 추정치를 내놓은 적 있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규제 조치에 따라 A100과 H100을 수입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A100, H100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버전인 A800과 H800을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 내에서는 미리 사뒀던 A100, H100 반도체 사용을 제한하면서 A800과 H800 여러 개를 활용해 비슷한 성능을 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조사, 비공개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내에 있는 A100은 현재 4만~5만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은 비축해둔 A100 사용을 가급적 줄이도록 하는 조치를 내부적으로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두의 경우 AI 챗봇인 '어니봇' 개발을 위해 자율주행 유닛을 포함해 다른 팀의 A100 사용을 중단하라고 했다고 WSJ는 앞서 보도한 바 있다.
대신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 수입이 가능한 반도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HPC-AI 테크라는 AI 인프라 회사를 운영하는 싱가포르국립대 양 유 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A800, H800을 포함해 구형의 반도체 3~4개를 결합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가 낼 수 있는 성능을 내게끔 만들려고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텐센트가 공개한 컴퓨팅 클러스터가 엔비디아 H800를 사용해 대규모 AI 모델을 교육하도록 하는 대표 사례다.
유 교수는 이러한 중국의 접근법이 큰 비용이 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기업이 대규모 언어모델을 교육하는 데 100개의 H100가 필요하다면 중국 기업은 같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3000개 또는 그 이상의 H800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화웨이 등은 A800, H800 외에도 V100, P100 등 구형 엔비디아 반도체를 조합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여러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하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쉽지 않아 미국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최후의 수단'으로 평가받지만, 여러 제한 조치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국 기술 기업들은 결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는 "아직 미국 AI 리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일부 실험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만약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중국 기술 기업들이 미 제재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향후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더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255641?sid=101
